운무
- 배종숙(은곡)
적막의 아침이 흑백으로 나뉘고
잠 덜 깬 고요는
바다 위 구름 속에 걸려 있다
하얀 이불에 모습 감추고
산자락 흩어져 섬 되어 머문다
햇살은 바다 문 두드려 깨우고
구름길 만들어 안내한다
범종 소리에
구름 휘젓는 새들의 나래짓이
십일월의 산야를 빨갛게 물들인다
안개는 만첩 병풍 되어
볕살은 단풍의 빛깔 덧입히고
티끌 쌓인 마음 씻어 내고자
출렁이는 가을 뜨락에
휘파람 불며 시 한 수 읊는다
오늘 따라
옷깃 스치는 바람
여심의 가슴을 마구 두들긴다.
<시작노트>
운무속에서 흑과 백으로 나뉜 구름이
시야를 흐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햇살이 얼굴내미니
새들이 날갯짓하며 푸른 꿈하나 일깨워주고있다
가까운 절간에서는 비워 내고자
출렁이는 단풍이 색감을 머금은채
하 나 둘 낙하 하는 그모습에 여심은
부족하나마 시 한줄을 엮어본다